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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투병 중에 그린 벽화 "홀로 남을 아내를 위해"

2018-04-21

홍인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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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투병 중이던 한 할아버지가 홀로 남을 할머니를 위해 벽화를 남겼습니다.
여) 남편은 떠났지만 집 근처에는 아내만을 위한 벽화가 오롯이 남았습니다. 남해에서 홍인표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남해군 남해읍 죽산마을에
살고 있는 71살 강순옥 할머니.

집 담장에 그려진 벽화를 보며
색이 바랜 곳은 없는지,
갈라지거나 허물어진 곳은 없는지
정성스레 살핍니다.

이처럼 매일마다 벽화를 살피는 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습니다.

바로 지금은 볼 수 없는,
강순옥 할머니의 남편이
직접 그려준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3년 전 간경화로 돌아가신
고 김동표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기 전
남아있는 할머니와 자식들을 위해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좁고 후미진 골목에 위치해
항상 침침하기만 했던 집.

홀로 어두운 골목을 드나들 아내를
염려한 남편은
꽃이 피는 희망 나무와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바다,
알록달록 국방무늬를 벽에 새겼습니다.

▶ 인터뷰 : 강순옥 / 남해군 남해읍
- "아저씨가 (남편이) '그려놓고 가면 자기 없어도 집 드나들 때도 깨끗하니까 좋지 않느냐' 그렇게 말했죠. "
▶ 인터뷰 : 강순옥 / 남해군 남해읍
- "지나가는 사람들도 '이건 참 바다같이 좋다'고 말합니다. "

14년동안 계속된 투병생활로 인해
몸이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상황이었지만
남편은 가족을 위해 붓을 놓지 않았습니다.

젊은 시절 읍내 극장의 간판을 그렸을 정도로
실력 있는 화가임에도
아픈 몸 때문에 벽화를 완성하는 데는
4년이란 시간이 걸렸습니다.

▶ 인터뷰 : 강순옥 / 남해군 남해읍
- "좀 괜찮아지면 또 하고(그림 그리고)... 또 아프면 진주에서 약 타와서 먹고, 검사하고 오고 이러면 집에서 요양하고 그랬죠."

할머니가 벽화를 보며
항상 밝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할아버지의 바람을 위해
나서 것은 남해군과 지역 청년들.

이들은 벽화가 유지될 수 있도록
낡은 부분을 덧칠로 보수하고
골목 전체를 벽화거리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 인터뷰 : 최찬호 / 남해군 경제과 일자리창출담당
- "현재 조성돼 있는 벽화를 모티브 삼아 그 주변 거리를 다 벽화를 조성하고 더불어서 벽화도시를 조성하는데"
▶ 인터뷰 : 최찬호 / 남해군 경제과 일자리창출담당
- "청년들 일자리도 창출할 계획입니다. "

앞으로 보다 오래도록
벽화를 볼 수 있게 된 강순옥 할머니.

할머니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에게
이 기쁜 소식과 더불어 아쉬움을
함께 전했습니다.

[SYNC]
"당신이 그림을 그려놓고 가니까 방송국에서 와서 이렇게 (촬영) 해주니까 나는 좋지만 그래도 당신이 없으니까 서운하다고..."

SCS 홍인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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