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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묵묵함 망치질에 이어지는 명성..황금을 낳는 연금술 '방짜유기'

2019-12-13

양진오 기자(yj077@sc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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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저렴한 스테인리스 제품에 가려 조금씩 자취를 감추고 있는 '방짜유기'. 함양에선 지금도 전통 방식 그대로 방짜유기를 만드는 곳이 있는데요.
(여) 1,200도 열기로 겨울도 잊게 한 '방짜유기' 제작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양진오 기자입니다.

【 기자 】
시뻘건 불길 속에서
어느 정도 모양을 잡은
놋쇠 덩어리가
이리저리 자세를 바꿔가며
서서히 물러집니다.

얼핏 눈대중으로
작업하는 듯 보이지만,
너무 높은 온도에선
놋쇠에 구멍이,
낮은 온도는 모양이
잡히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타이밍을 맞추기 위한
장인의 눈빛이 매섭습니다.

▶ 인터뷰 : 김경호 / 방짜유기 이수자
- "빨개지면서 잘못하면 확 녹아버려요 물건이... 그럼 못 쓰는 거예요."

이윽고 장정 4명이
달라붙어 이어지는
망치질, 방짜유기 제조의 핵심인
'늬핌질'입니다.

네 명이 균일한 힘으로
모양새를 잡기 위해선
10년의 연습도 모자랍니다.

▶ 인터뷰 : 이점식 / 방짜유기장(경남도 무형문화재)
- "이 정도 하려면 한 5년 이상은 해야죠. (5년 이상 호흡을 맞춰야...)"
▶ 인터뷰 : 이점식 / 방짜유기장(경남도 무형문화재)
- "지금 5년 이상... 10년이 더 걸릴 수도 있죠. "

조금의 어긋남,
타이밍을 놓친 온도 조절,
호흡이 흐트러진 '늬핌질'
이중 어느 하나라도 발생하는 순간
놋쇠 덩어리는 어김없이 갈라지고
찢어집니다.

유기장 이점식씨는
이젠 제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아
두 아들과 함께 함양 방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이점식 / 방짜유기장(경남도 무형문화재)
- "이 작업은 보시다시피 제가 인증을 받았지만, 저 혼자 가지고는 안 되는 일이거든요. 공동으로 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 인터뷰 : 이점식 / 방짜유기장(경남도 무형문화재)
- "똑같은 기술이 있어야 해요. "

넓게 펴진 놋쇠 덩어리의
모양을 내주는 '골박기' 작업이
끝나면, 차가운 물 속에서
틀을 잡습니다.

이후 셀 수 없이 많은 두드림과
표면을 다듬는 '도리질'을 거치면
그제야 비로소 영롱한 황금빛의
방짜유기가 완성됩니다.

수년째 놋쇠 덩어리를
녹이고 연하게 만드는
불길만 잡고 있다는
수련생은 10년, 20년의
갈고 닦음만이
제대로 된 방짜유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 인터뷰 : 기연도 / 방짜유기 이수자
- "이거 아무래도 (제대로) 하려면, 자신감이 눈으로 보고 있으려면 한 20년은 쭉 그렇게 해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현대식 공정의 발달과
저렴한 스테인리스에 밀려
점점 명맥이 끊어지고 있는
방짜유기.

함양 장인들의
묵묵하고 끊임없는
망치질은 오늘도
투박한 놋쇠 덩어리에서
황금을 낳고 있습니다.
SCS 양진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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