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 '배고개의 슬픈 매화'..삼천포 6.25 아픔 엮어
(남) 6.25 한국전쟁 발발 68주년을 며칠 앞두고 옛 삼천포 지역의 당시 상황을 다룬 책이 발간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여) 우리가 잘 몰랐던 삼천포 지역의 6.25를 다룬 최초의 민간 보고서엔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까요? 이 '배고개의 슬픈 매화'의 저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차지훈 기자입니다.
【 기자 】
와룡산 아래 자리 잡은 배고개 마을.
한 집 마당에 300년 가까이 된
집안의 오랜 수호수,
매화나무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6.25 한국전쟁 당시 큰 줄기만 남기고
가지가 모조리 잘려야 했던
이 나무를 어루만지는 정대우 씨.
정 씨는 매화나무의 큰 상처와 함께
6.25 당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냅니다.
▶ 인터뷰 : 정대우 / '배고개의 슬픈 매화' 저자·전 경남농업기술원장
- "(북한군이 매화나무 때문에) "이 집도 폭탄을 맞고 여기 살고 있는 당신하고 우리가 모두 죽는다. 그렇기 때문에 빨리 잘라야"
▶ 인터뷰 : 정대우 / '배고개의 슬픈 매화' 저자·전 경남농업기술원장
- "된다"... 아버지가 슬픔에 잠겨 있었고, 그로 인해서 이것이 항상 6.25를 상징하는 나무다..."
정 씨는 6.25 당시 10살 때
자신이 겪었던 일들과
16명의 증언들을 듣고 모으기 시작했고,
마침내 배고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들을 책으로 펴냈습니다.
당시 마을엔 낮엔 남측 경찰이,
밤에는 마을 뒷산, 와룡산에 숨어 있던
북한군 야산대가 찾아오는,
2년 동안 주야가
다른 세상 속에서 살았다고 전합니다.
▶ 인터뷰 : 정대우 / '배고개의 슬픈 매화' 저자·전 경남농업기술원장
- "김천식이라는 사람을 주축으로 해가지고 (북한군 야산대) 한 50여 명이 규합, 와룡산의 작은 민재봉에 주둔하게 됐어요."
▶ 인터뷰 : 정대우 / '배고개의 슬픈 매화' 저자·전 경남농업기술원장
- "거기를 본부로 해가지고... "
이 책에서 정씨는 야산대가
자신의 집에서 보름 동안 묵은 이야기와
야산대의 삼천포 경찰서 공격 실패 이야기,
야산대 토벌을 위해 나무꾼으로 변장한
경찰 특공대와 마을 청년 이야기 등을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풀어냈습니다.
▶ 인터뷰 : 정대우 / '배고개의 슬픈 매화' 저자·전 경남농업기술원장
- "부락 청년들이 대밭에 가서 대를 전부 쳐가지고 창 같은 것을 만들어요. 그래서 저도 하나 주라고 해가지고 창을 들고 와룡산"
▶ 인터뷰 : 정대우 / '배고개의 슬픈 매화' 저자·전 경남농업기술원장
- "작은 민재봉까지 따라서, 경찰 특공대하고 우리 부락 청년들하고 합동으로 토벌 작전을 시작한 것이죠."
전쟁 중에 가족을 지키기 위해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와 어머니,
억울하게 야산대에 끌려가
죽임을 당한 큰아버지 등
정씨의 가족사도 생생히 담겨 있습니다.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삼천포 작은 마을의
죽고 죽이는 비극을 담은
'배고개의 슬픈 매화'.
필자는 이 책을 통해 과거를 제대로 알고,
다시 희망을 열어가길 바랍니다.
▶ 인터뷰 : 정대우 / '배고개의 슬픈 매화' 저자·전 경남농업기술원장
- "전쟁을 하고 그랬지만 그 상처가 지금까지 남아 있습니다.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되겠다..."
▶ 인터뷰 : 정대우 / '배고개의 슬픈 매화' 저자·전 경남농업기술원장
- "서로 이해와 용서, 이것이 필요하다... "
큰 상처를 안고도 의연하게
아름다운 꽃과 열매를 맺는 매화처럼
6.25가 남긴 슬픔과 희망이
오래 기억될 수 있을까...
[ SYN ]
"내가 이 세상을 떠나도 계속... 매화나무야. 너는 오래오래 생존해 있어라..."
SCS 차지훈입니다.
[ END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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